서방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러시아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활용한 독자적인 결제망을 가동하며 달러 패권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는 2월 21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러시아의 제재 대상 기업들이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인 A7A5(a7a5)와 패러럴 네트워크(Parallel Network)를 활용해 국경 간 거래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제 시스템 구축은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감시를 피해 원자재 수출 대금을 정산하고 필수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분석된다.
결제 프로세스의 핵심은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기술이다. A7A5 플랫폼은 제재를 받아 해외 은행 계좌 이용이 차단된 기업들이 블록체인상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청구하거나 지급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 기업들은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중국이나 인도 등 우호 국가의 거래처들과 수억 달러 규모의 무역 자금을 정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을 통한 이러한 우회로가 기존 경제 제재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 정부는 가상자산을 국경 간 결제 수단으로 공식화하는 입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번 결제망은 당국의 묵인 아래 민간 주도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패러럴 네트워크와 같은 레이어2(Layer 2) 기술을 도입해 거래의 익명성을 강화하고 수천 건의 결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효율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의 금융 규제 당국은 가상자산을 활용한 제재 회피 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자산통제국(OFAC)은 비트코인(Bitcoin, BTC)을 비롯한 의심스러운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의 특성상 완벽한 봉쇄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사례가 이란이나 북한 등 다른 제재 국가들로 확산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관리 체계에 새로운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기업들은 가상자산 결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국제 금융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국가 간 갈등을 우회하는 도구로 부상함에 따라 디지털 자산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은 이제 투자 자산을 넘어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금융 인프라로서 그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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