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판결] 상호관세 대체 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 韓도 대상될듯 美무역대표 "주요 교역국 대부분이 대상"…韓美 무역협상 부담↑ 최근 논란된 디지털 규제 조사 가능성…150일 내에 관세 부과 결정할듯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하는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한국도 대상으로 삼을 전망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디지털 기업을 불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런 문제 제기 등을 명분삼아 한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려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해 "이들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국에는 한국 등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교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 한국과의 교역에서 56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적자 규모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 대만, 아일랜드, 독일, 태국, 일본, 인도 이어 11번째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이날 대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상호관세를 다른 관세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 2일에 발표한 상호관세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기본관세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다. 당시 한국은 25%의 상호관세를 적용받을 예정이었으나 이후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15%로 낮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오는 24일부터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대법원 판결로 사라진 10% 기본관세를 무역법 122조 관세로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무역법 122조는 관련 법에 따라 최장 150일 동안만 부과할 수 있고 최대 세율이 15%다. 상호관세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새로 관세를 부과해,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 수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한국처럼 10% 기본관세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던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외국 정부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행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외국을 압박하고 관세 등을 통해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무역 협상 과정에서 문제 삼아 온 각종 정책과 관행 등을 구실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법과 최근 제정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망 사용료와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도 미국이 꾸준히 시정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또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들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주장하며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이 같은 디지털 규제 문제가 최근 가장 주목받긴 했지만, 이 밖에도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지식재산권, 미국 제약업계가 요구하는 약값 인상 등의 비관세 장벽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어 대표는 조사가 "과잉 산업 (생산)역량, 강제 노동, 제약 가격 책정 관행, 미국 기술기업 및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겨냥한 차별, 디지털 서비스세, 해양 오염, 해산물·쌀·기타 제품 교역 관련 관행" 등의 분야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브라질에 대해 디지털 통상 정책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중국이 불공정한 정책·관행으로 해양·물류·조선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판단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가 미중 무역 합의를 통해 1년간 유예했다. 그리어 대표는 브라질과 중국을 포함한 기존 무역법 301조 조사는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새로운 관세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관세 부담, 그리고 일본 등 주요 대미 수출국과의 경쟁 구도가 바뀔지도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기존 품목별 관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에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 상호관세보다 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관세 부담이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엇보다 관세 수입 총액을 유지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국가별로 관세를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부과하기보다는 '쉬운' 상대로부터 최대한 많은 관세를 확보하려고 할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체 관세 부과 계획을 설명한 뒤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댈러스 경제클럽 연설에서 무역법 122조와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면 올해 관세 수익에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규상 USTR이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 상대국에 협의를 요청하게 된다. 협의에서 만족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상대국에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사 개시 12개월 이내에 그런 판단을 내리지만, 그리어 대표는 조사를 더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관세의 부과 기간이 150일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그 전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각종 관세를 합의 이전으로 복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한국은 무역법 301조 협상까지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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