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판결] 대법, 의회의 위임없는 대통령의 권한 확장에 제동 대법 판결문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관세 포함안돼…의회의 분명한 승인 필요" 중대한 정책의 행정부 단독 결정을 막는 '중대 문제 원칙'도 적용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위임 없이 의회의 고유 권한인 관세를 자의적으로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때 법적 근거로 활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실제로 대통령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는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대통령이 "비상하고 엄청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금융 거래를 규제할 폭넓은 권한을 갖게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 법을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했지만, 이 법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2일 미국의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EEPA에 근거해 한국 등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으로의 마약 밀반입 방치를 이유로 작년 2월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도 IEEPA를 근거로 시행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규제의 일종인 관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미국 헌법이 관세를 비롯한 각종 조세 권한을 연방 의회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인 권한 위임 없이 규제라는 단어만으로 "제약 없는 관세"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회가 IEEPA를 제정할 때 대통령에 "고유의 엄청난 관세 부과 권한"을 주고자 했다면, 다른 관세 관련 법규와 마찬가지로 그런 권한을 분명하게 표현했을 것이라면서 IEEPA 어디에도 관세(tariffs or duties)라는 단어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회가 관세 부과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할 때는 분명하게 하며 (그 권한에) 신중한 제약을 두고 한다. 의회는 IEEPA에서 이 둘 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전에 그 어느 대통령도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역사적 전례"가 없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대법원은 '중대 문제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도 적용했다. 이 원칙은 의회가 행정부에 명시적으로 권한을 위임한 경우가 아니라면 행정부가 법규를 유연하게 해석해 국가에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다. 대법원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등 민주당의 여러 정책에 제동을 걸 때 이 '중대 문제 원칙'을 적용한 전례가 있다. 대법원은 행정부가 관세를 활용해 다른 나라와 체결한 무역 합의의 총액이 15조달러에 달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행정부도 "IEEPA 관세의 경제·정치적 영향이 정말 놀라울 정도"라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은 수량, 기간, 범위의 제한이 없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엄청난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폭, 역사와 헌법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가 이런 권한을 행사하려면 분명한 의회의 승인을 식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 9명 중 6명이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3명이 소수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닐 고서치, 에이미 배럿 대법관이 위법 의견을 냈다. 반면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브렛 캐버노,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이번 판결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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