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실수로 60조원어치 코인이 생겼네요"…'돈 복사' 논란 보유 비트코인보다 1% 적었던 'DB상 수량' 임의로 12배 넘게 불려 "고의로 생성해서 유통한다면"…빗썸 해명에도 이용자 불신 고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誤)지급 사고를 계기로 코인 '장부 거래'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소 실보유 비트코인보다 1%가량 적게 유지되던 '데이터베이스(장부·DB)상' 코인이 순식간에 1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이용자들이 '돈 복사' 논란을 제기하면서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개인 지갑을 서로 연결해 블록체인상 스마트 계약으로 코인을 거래하는 방식인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중앙화 거래소 방식은 거래 속도, 수수료, 편의성 등이 우수하지만, 시스템 오류 때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들은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가상자산 초과 보유 수량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빗썸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재무실사 보고서에서 장부상 전체 가상자산 수량보다 실제 회사가 보유한 수량이 1.4% 더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말 보고서에서는 고객이 위탁한 4만2천619개와 회사 소유의 175개 등 총 4만2천794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최근 비트코인 보유 수량은 4만6천여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빗썸이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면서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62만원 대신 실제 보유 수량의 12배가 넘는 62만개의 비트코인(60조7천600억원 상당)을 보낸 점이다. 당시 빗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되는 비트코인 내부 유통량은 평소 약 4만6천개 수준에서 순식간에 66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전 세계 비트코인 총발행량(2천100만개)의 3%에 달하는 막대한 수량이 빗썸 안에서 유통된 셈이다.
장부상 거래 방식에 따라 당첨자들의 계좌에는 1인당 평균 2천490개(2천44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찍혔고, 일부는 이를 발 빠르게 매도하기까지 했다. 빗썸 측은 장부 숫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회수'한 뒤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는 여전히 거래소 안에서 사실상의 돈 복사가 가능한 것 아니냐며 불신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내부인 누군가가 실수가 아닌 고의로 장부상 코인을 생성해 유통해도 이용자로선 인지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깔렸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보유한 것보다 훨씬 많은 코인을 유통해 출금이 불가능했던 경우"라며 "제도권 금융 관점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앙화 거래소에서 데이터베이스상 거래는 당연한 방식으로, 장부 거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실시간 잔고 검증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을 막판 조율 중인 가운데 이번 사태가 코인 발행이나 유통 관련 규제 강화 논의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신뢰 훼손이 대규모 동시 출금 사태, 이른바 '코인런'으로 이어질 경우 시장 불안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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